"은행, 프라이팬에 볶지 마세요"…우유팩에 넣고 2~3분이면 껍질이 저절로 벌어집니다


헹궈서 말린 종이 우유팩 옆에 껍데기째 씻어 둔 은행 한 줌이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헹궈서 말린 종이 우유팩 옆에 껍데기째 씻어 둔 은행 한 줌이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9월 하순이 되면 길가 은행나무 아래에 노랗게 익은 열매가 수북하게 떨어진다. 한 봉지 주워 와 구워 먹으면 겨울까지 두고 먹을 간식이 되지만, 막상 부엌에 놓고 보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 그대로 며칠 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방법은 프라이팬에 소금을 조금 넣고 볶는 것이다. 다만 뚜껑을 덮지 않으면 껍질이 갈라지면서 알이 사방으로 튀고, 볶는 동안 올라오는 특유의 냄새가 집 안 곳곳에 배어 하루가 지나도 잘 빠지지 않는다. 불 앞에 서서 계속 저어 줘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때 다 마신 종이 우유팩과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은행을 팩에 담아 2~3분만 돌리면 단단한 껍데기가 저절로 벌어져 손으로 벗겨 낼 수 있다.

우유팩에 담아 돌리면 껍데기가 저절로 벌어지는 이유

열을 받은 은행 껍데기가 가장자리 이음매를 따라 갈라져 안쪽 알맹이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열을 받은 은행 껍데기가 가장자리 이음매를 따라 갈라져 안쪽 알맹이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은행은 단단한 껍데기 안에 물기를 머금은 알맹이가 들어 있는 구조다. 열이 가해지면 알맹이 속 수분이 수증기로 바뀌면서 부피가 늘어나는데, 껍데기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 결국 이음매를 따라 쩍 갈라진다. 볶든 삶든 원리는 같고, 다른 것은 열을 어떤 방식으로 넣느냐다.

프라이팬은 바닥에 닿은 면부터 데워지기 때문에 계속 굴려 가며 골고루 익혀야 하고, 그러는 사이 먼저 갈라진 알이 열린 팬 위에서 튀어 오른다. 냄새도 마찬가지다. 은행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뜨거운 팬 위에서 공기 중으로 퍼지니 주방 전체에 퍼질 수밖에 없다.

종이 우유팩은 안쪽에 얇은 비닐이 덧대어 있어 물기와 열을 어느 정도 견디고, 입구를 접어 닫으면 갈라진 알과 냄새가 팩 안에 갇힌다. 전자레인지는 알맹이 속 수분을 직접 데우기 때문에 굴려 줄 필요도 없다. 튀는 소리만 팩 안에서 들릴 뿐 꺼낼 때쯤이면 대부분 입을 벌린 상태가 된다.

우유팩으로 은행 껍질 까는 방법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은행 겉을 감싼 노란 과육을 물에 문질러 씻어 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은행 겉을 감싼 노란 과육을 물에 문질러 씻어 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준비물은 헹궈서 말린 우유팩 하나와 은행 한 줌, 그리고 고무장갑이다. 껍데기째 주워 온 은행이라면 겉을 감싼 노란 과육을 먼저 벗겨 내야 하는데, 이 과육에는 피부에 닿으면 가렵거나 붉어지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으니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고무장갑을 낀 채 물에 문질러 씻어 낸다.

씻어 낸 은행은 마른행주로 겉물기를 닦아 우유팩에 담는다. 한 번에 한 줌, 스무 알 안팎이면 충분하다. 너무 많이 담으면 아래쪽 알까지 열이 고르게 들어가지 않는다. 담은 다음에는 팩 입구를 두어 번 접어 닫는데, 접은 자리가 벌어지지 않게 끝을 한 번 더 눌러 준다.

은행 스무 알 안팎을 담은 우유팩의 입구를 두 번 접어 끝을 눌러 닫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은행 스무 알 안팎을 담은 우유팩의 입구를 두 번 접어 끝을 눌러 닫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이제 전자레인지에 넣고 2~3분을 돌린다. 30초쯤 지나면 팩 안에서 톡톡 하고 껍데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 소리가 잦아들면 다 된 것이다. 팩이 뜨거우니 꺼낼 때는 마른행주로 잡고, 김이 빠질 때까지 잠시 두었다가 연다.

입구를 접어 닫은 우유팩을 전자레인지 유리 회전판 가운데에 눕혀 넣은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입구를 접어 닫은 우유팩을 전자레인지 유리 회전판 가운데에 눕혀 넣은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벌어진 껍데기는 손으로 눌러 쪼개면 쉽게 떨어지고, 알맹이를 감싼 얇은 갈색 속껍질은 뜨거울 때 문질러야 잘 벗겨진다. 속껍질은 남기지 말고 끝까지 벗겨 내는 것이 좋다. 전자레인지가 없다면 끓는 물에 5분 삶은 뒤 찬물에 담가 식혀도 껍데기가 갈라져 같은 방식으로 벗길 수 있다.

다 깐 은행은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익힌 은행 기준으로 어른은 하루 열 알 이하, 아이는 세 알 이하가 적당하다. 남은 것은 한 줌씩 나눠 담아 냉동실에 두면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좋다.

가을 한철에만 나오는 은행을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면, 다 마신 우유팩을 버리지 말고 한 장 남겨 두었다가 이 방법으로 손질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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