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연 사각 반찬통에 뿌연 쌀뜨물이 가장자리까지 채워져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김치나 깍두기를 덜어 두었던 반찬통은 설거지를 마치고 물기까지 말려 두어도, 다음에 쓰려고 뚜껑을 열면 시큼한 냄새가 그대로 올라온다. 흰밥이나 나물처럼 냄새가 옮으면 안 되는 반찬을 담기에는 망설여지고, 찬장에 같이 넣어 둔 다른 통까지 그 냄새가 배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수세미에 세제를 듬뿍 묻혀 구석까지 문질러 보지만, 헹구고 물기를 닦아 내도 냄새는 며칠이면 다시 올라온다. 벽면이 김치 국물에 붉게 물든 통은 더 난감한데, 아무리 문질러도 색이 그대로라 결국 버릴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는 세제를 더 쓰는 대신 쌀 씻은 두 번째 물을 그대로 반찬통에 부어 두면 된다. 밥을 안치면서 어차피 버리는 물 한 통으로, 반나절에서 하루 만에 냄새가 빠지고 붉게 밴 색까지 옅어진다.
세제로 문질러도 반찬통에 김치 냄새가 남는 이유
설거지를 마친 빈 반찬통 안쪽 한쪽 벽면에만 옅은 분홍빛 자국이 남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플라스틱 반찬통은 겉으로는 매끈해 보여도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틈이 있다. 김치 국물에 든 고춧가루 기름과 젓갈 성분은 물보다 기름에 잘 섞이는 성질이라 이 틈 안으로 스며든다. 담아 둔 시간이 길수록, 김치가 익어 국물이 진해질수록 더 깊이 들어간다.
세제를 묻힌 수세미가 닿는 곳은 표면뿐이라서, 겉에 묻은 국물은 씻겨 나가도 틈 안쪽에 들어앉은 기름은 그대로 남는다. 설거지는 길어야 1~2분이라 세제가 플라스틱 안쪽까지 배어들 시간도 없다. 씻은 직후에는 냄새가 덜한 것 같다가 통이 마르고 나면 다시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쌀을 씻을 때 나오는 뿌연 물에는 쌀알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고운 녹말 입자가 떠 있는데, 이 녹말 입자가 플라스틱 틈에 낀 냄새 성분과 기름기를 붙잡아 물 쪽으로 끌어낸다. 문지르는 힘이 아니라 담가 두는 시간으로 빼내는 방법이라서, 잠깐 헹구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통에 물을 채운 채로 오래 두어야 한다.
쌀뜨물로 반찬통에 밴 김치 냄새 빼는 방법
쌀을 씻은 스테인리스 볼을 기울여 두 번째로 받은 뿌연 물을 반찬통에 따라 붓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쓰는 물은 쌀을 씻고 두 번째로 받아 낸 물이다. 첫 번째 물은 쌀에 묻어 있던 먼지가 같이 나와 탁하고, 세 번째부터는 거의 맑아져 녹말이 얼마 남지 않는다. 반찬통은 평소처럼 세제로 한 번 설거지해 겉에 남은 김치 국물을 씻어 낸 다음, 쌀뜨물을 가장자리까지 가득 붓고 뚜껑을 닫는다. 그다음 통을 한 번 뒤집어 흔들어 뚜껑 고무 패킹 홈까지 쌀뜨물이 닿게 한다.
그대로 두는 시간은 반나절에서 하루다. 아침에 밥을 안치면서 받아 둔 물이면 저녁까지, 저녁에 받았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 두면 된다. 두는 자리는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이 좋고, 하루를 넘겨 이틀씩 두지는 않는다. 쌀뜨물은 상온에 오래 두면 쉬어서 시큼한 냄새가 새로 배기 때문이다.
쌀뜨물을 가득 채우고 뚜껑을 닫은 반찬통이 햇빛이 들지 않는 싱크대 아래 그늘진 자리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시간이 지나면 쌀뜨물을 따라 버리고 흐르는 물로 헹군다. 안쪽 면을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헹굼이 끝난 것이다. 그다음 뚜껑을 열어 통과 뚜껑을 따로 엎어 두고 볕이 드는 곳에서 말리면, 김치 국물로 붉게 물들었던 자국까지 눈에 띄게 연해진다. 반나절쯤 볕을 쬐면 색이 달라진 것이 눈으로 보인다.
흐르는 물에 헹군 반찬통 안쪽 벽면을 손가락으로 쓸어 미끌거림이 남았는지 확인하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볶은 김치나 김치찌개를 담았던 통은 벽면에 기름이 두껍게 남아 있어 쌀뜨물만으로는 덜 빠진다. 이럴 때는 통에 밀가루를 한 스푼 넣고 미지근한 물을 절반쯤 채운 뒤 뚜껑을 닫고 세게 흔들면, 밀가루가 기름을 끌어안고 나오면서 벽면이 닦인다. 뜨거운 물은 쓰지 않는데, 얇은 플라스틱 통은 모양이 틀어질 수 있다. 밀가루 물을 버리고 헹군 다음 쌀뜨물을 부으면 된다.
김치를 담는 반찬통은 한 번 사면 몇 해씩 쓰는 물건이라 냄새가 뱄다고 그때마다 새로 사기는 아깝다. 오늘 저녁 쌀을 씻으면서 두 번째 물을 버리지 말고 냄새가 신경 쓰이던 통에 부어 두길 권한다. 통 하나에 밴 냄새를 빼 두면 그다음에 어떤 반찬을 담아도 그 냄새가 옮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