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증도 태평염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에는 462만㎡ 넓이의 태평염전이 있다. 한 곳에서 이어지는 염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낮은 둑으로 나뉜 소금밭이 바둑판처럼 펼쳐지고, 그 사이로 지붕 낮은 소금창고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나 산이 없어 소금밭 끝과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가을에는 이 소금밭의 가장자리가 색을 바꾼다. 염전과 바다 사이 갯벌에 함초와 칠면초가 자라는데, 여름까지 초록이던 줄기가 9월 하순으로 접어들면 짙은 붉은빛으로 변한다. 함초 군락지 규모는 약 11ha다. 산의 단풍이 들기 전에 갯벌이 먼저 붉어지는 셈이어서 가을 바다의 단풍이라고 부른다.
붉게 물드는 갯벌과 소금밭
신안 증도 태평염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염전 옆 태평염생식물원에는 갯벌 위로 데크길이 놓여 있다. 함초와 칠면초를 비롯해 갯메꽃, 해당화 등 100여 종의 염생식물이 자란다. 붉은 무리와 아직 초록인 무리가 섞여 있어 걸어가는 위치에 따라 색의 비율이 달라진다. 바닥이 갯벌이라 신발이 젖을 걱정 없이 군락 한가운데를 지나갈 수 있다.
소금밭 쪽은 풍경이 전혀 다르다. 바닷물을 가두는 저수지에서 증발지를 거쳐 결정지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칸이 단계별로 이어지고, 칸마다 물의 깊이와 색이 다르다. 물이 얕게 깔린 결정지는 하늘을 그대로 비춰 거울처럼 보인다. 소금을 긁어 모으는 작업은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주로 이뤄진다.
신안 증도 태평염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소금밭 사이로는 둑을 따라 곧게 뻗은 길이 이어진다. 길 한쪽에는 나무로 지은 소금창고가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고, 그 너머로 다시 소금밭이 나타난다. 걸으면서 보면 같은 모양이 계속 반복되는 듯하지만, 칸마다 물이 마른 정도가 달라 흰 소금이 깔린 곳과 물이 찰랑이는 곳이 번갈아 나온다.
해 질 무렵 오르는 낙조전망대
신안 증도 태평염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염전 안에는 소금밭 낙조전망대가 있다. 계단을 올라서면 소금밭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칸마다 고인 소금물이 붉은 하늘빛을 받아 전부 같은 색으로 물든다. 물 위에 비친 노을과 실제 하늘이 위아래로 겹치는 장면이 이곳에서 가장 많이 꼽히는 풍경이다.
염전 자체가 보존 대상이기도 하다. 태평염전은 2007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360호로, 염전 옆 소금박물관은 제361호로 지정됐다. 박물관 건물은 1950년대에 돌로 지은 소금창고를 고쳐 쓴 것이라 벽면의 석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안에서는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소금의 쓰임을 전시로 살펴볼 수 있다.
한 바퀴 두 시간, 차로 들어가는 길
신안 증도 태평염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소금박물관에서 출발해 염생식물원 데크길을 걷고 낙조전망대까지 올랐다가 돌아오는 데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길이 평평해 걷는 부담은 적지만 염전과 갯벌 모두 그늘이 거의 없다. 모자와 마실 물을 챙기는 편이 낫고, 노을을 보려면 해 지는 시각보다 한 시간쯤 앞서 도착하면 여유가 있다. 소금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다.
증도는 섬이지만 배를 타지 않는다. 무안에서 압해도와 지도, 사옥도를 거쳐 증도대교를 건너면 차로 곧장 들어갈 수 있다. 섬 안에서는 태평염전 외에 우전해변과 짱뚱어다리, 해송 숲길이 가까이 있어 오후 일정을 함께 묶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