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부산 사하구 승학산은 해발 496m다. 도시 안에 있는 산치고 아주 높지는 않지만 정상부에 올라서면 시야가 갑자기 트인다. 능선과 그 아래 완만한 비탈이 나무 대신 억새로 덮여 있어서, 산 위에 넓은 들판이 얹힌 것처럼 보인다. 산세가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승학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억새는 9월부터 이삭이 패기 시작해 10월에 은빛으로 물든다. 지금은 초록이 남은 줄기 사이로 흰 이삭이 하나둘 올라오는 때라, 능선을 따라 걸으면 색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억새평원까지는 차를 세운 자리에서 40분 남짓 걸어 올라가면 닿는다. 등산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도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능선에 서면 억새 너머로 낙동강 하구
승학산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억새 군락은 정상 바로 아래 능선 일대에 넓게 퍼져 있다. 키가 사람 가슴께까지 오는 억새가 빈틈없이 이어지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이삭이 한쪽으로 눕는다. 이삭이 은빛으로 여물수록 햇빛을 받는 면이 넓어져 능선 전체가 밝게 보인다.
이 구간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발밑으로 펼쳐지는 풍경이다. 서쪽으로는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와 삼각주 일대가 들어오고, 반대쪽으로는 사하구와 서구 일대 시가지가 산 아래에 깔린다. 산 곳곳에 전망데크가 다섯 곳 마련돼 있어 걷다가 방향을 바꿔 가며 볼 수 있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은 흙길이고 폭이 넓어 걷기 편하다. 다만 능선에는 그늘이 거의 없다. 볕과 바람을 그대로 받는 구간이라 챙이 있는 모자와 바람막이를 챙기면 좋다.
40분 코스와 2시간 30분 코스
승학산억새평원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가장 짧게 오르는 길은 부산일과학고등학교 쪽에서 시작하는 코스다. 학교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40분쯤 오르면 억새가 시작되는 능선에 닿고, 정상까지도 1시간 안팎이면 올라선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때 억새만 보고 내려오기에 알맞다.
천천히 걷고 싶다면 제석골 산림공원에서 출발하는 순환 코스를 택한다. 산림공원 입구에서 올라 억새 군락지를 지나 승학산 치유숲으로 내려오는 길로, 전체 2시간 30분쯤 걸린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숲길과 억새 능선을 모두 지난다.
승학산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이 코스는 초반 30분 정도가 깔딱고개로 불리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 구간만 지나면 경사가 눅어져 평탄한 길이 이어지므로, 처음에 속도를 내지 않고 올라가는 편이 낫다. 하산길에는 편백나무 숲과 삼나무 명상치유의 숲이 있어 억새 능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산길 곳곳에는 체육시설과 쉼터가 있고 화장실도 다섯 곳에 있다. 물을 파는 곳은 없으니 올라가기 전에 준비한다.
주차와 찾아가는 길
승학산 / 한국관광공사-부산관광공사 |
차로 가면 부산일과학고등학교 앞 제석로 갓길에 무료로 세울 수 있다. 여기서 바로 등산로가 시작돼 주차한 자리부터 억새까지 걷는 시간이 가장 짧다. 제석골 산림공원 쪽으로 들어가면 순환 코스 들머리와 가깝다.
대중교통은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이나 당리역에서 사하구 지역을 도는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로 갈아타 제석골 산림공원 입구 부근에서 내리면 된다. 도심 주택가와 맞닿은 산이라 들머리까지 가는 길에 헤맬 일은 적다. 억새 능선에 오르는 시간은 대체로 늦은 오후가 좋다. 해가 낮아지면 이삭이 역광을 받아 은빛이 더 또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