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삼년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충북 보은군 보은읍 어암리 뒤편에는 회색 돌로 쌓아 올린 성벽이 능선을 따라 굽이치는 산이 있다. 오정산이라 부르는 해발 325미터의 산인데, 골짜기를 통째로 감싸 안은 성벽의 규모가 산에 오르기 전부터 눈에 들어온다.
이 성이 처음 세워진 해는 4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자비마립간 13년에 쌓기 시작해 486년에 한 차례 크게 손을 보았고, 삼국사기에 성을 쌓는 데 3년이 걸렸다는 기록이 남아 삼년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백제와 맞서던 신라가 이 자리를 앞선 거점으로 삼았다.
돌을 가로세로로 번갈아 쌓은 성벽
보은 삼년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이 성의 둘레는 1680미터에 이른다. 바깥에서 보는 성벽 높이가 13미터에서 14미터이고 기단까지 더하면 20미터를 넘는 구간도 있으며, 성벽 두께는 8미터에서 10미터에 이른다. 성 안에 든 면적만 23만 제곱미터가 넘는다.
돌을 쌓아 올린 방식이 이 성의 핵심이다. 납작하고 길쭉한 돌을 다듬어 한 층은 가로로 눕히고 그다음 층은 세로로 세워 번갈아 얹었고, 안쪽과 바깥쪽을 함께 돌로 마감해 흙으로 채운 성보다 훨씬 단단하게 버티도록 했다.
이 성이 특별하게 대접받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언제 쌓고 언제 고쳤는지가 문헌으로 분명하게 확인되는 고대 산성이 드물어서, 다른 산성의 축조 시기를 가늠할 때 이 성이 기준 노릇을 해 왔다.
생김새가 저마다 다른 문 네 곳
보은 삼년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성문 네 곳은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다. 서문이 사람들이 주로 드나들던 정문 노릇을 했고 남문은 바닥에서 한참 올라간 자리에 문을 내어 사다리를 걸어야 올랐으며, 동문은 통로가 한글 자음 리을처럼 꺾이고 북문은 계단을 밟아 오르게 되어 있다. 네 문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적을 막도록 설계된 셈이다.
성벽 말고 성 안쪽에 남은 흔적도 적지 않다. 성벽 바깥으로 둥글게 튀어나온 곡성이 열 곳 넘게 확인됐고, 아미지라 부르는 연못 자리와 우물 자리, 주변 바위에 새긴 글씨도 그대로 남아 있다.
성곽을 도는 길과 찾아가는 방법
보은 삼년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성곽을 따라 도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놓였다. 계단 구간만 1.6킬로미터쯤이고 주차장에서 출발해 문 세 곳을 거쳐 돌아오면 3.3킬로미터에 한 시간 반쯤 걸리며, 계단 사이사이는 솔잎이 깔린 흙길로 이어진다. 밧줄로 매어 둔 난간이 여러 해 지나 삭은 구간이 있으니 발밑을 살피며 걸어야 한다.
동문 쪽에 올라서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서쪽으로는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갈린 보은 들판이 내려다보이고 동쪽으로는 속리산과 구병산 봉우리가 겹겹이 이어진다.
이 성에 들어가는 데 드는 돈은 없다. 차는 농경문화관 주차장에 대면 되는데, 보은군이 2026년 들어 탐방로를 다시 정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어 구간에 따라 막힐 수 있으니 미리 전화로 물어보고 나서는 편이 안전하다.
보은 삼년산성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
이 성을 찾아가는 길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당진영덕고속도로 보은IC에서 내리면 되고 보은 읍내와도 가까워, 속리산 법주사나 열두 굽이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말티재 전망대를 함께 도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