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이 고르게 묻은 가지볶음 위에 가쓰오부시가 소량 올려진 접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지는 값이 싸고 사철 구하기 쉬워 볶음 반찬으로 자주 올리는 재료다. 기름에 볶아 간장으로 간을 하면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밥반찬 하나가 금방 나오는데, 막상 한 젓가락 먹어 보면 맛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식당에서 나오던 가지볶음과 견주어 보면 어딘가 비어 있는 맛이다.
그래서 간장을 한 숟가락 더 넣거나 설탕을 보태 보지만 짠맛과 단맛만 세질 뿐 깊은 맛은 생기지 않고, 다진 마늘을 많이 넣거나 참기름을 한 번 더 둘러도 고소한 향이 올라오는 데서 끝난다. 결국 식구들이 한두 번 집어 먹고 그릇에 그대로 남는 반찬이 되기 쉽다.
가지볶음의 비어 있는 맛을 채우는 데는 국물 낼 때 쓰는 가쓰오부시가 유용하다. 불을 끄기 직전에 한 꼬집만 넣고 살짝 섞으면 되는데, 넣는 시점과 분량만 지키면 평범한 밑반찬이 한층 깊은 맛으로 바뀐다.
간장과 설탕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가지볶음의 빈 맛
간장과 설탕을 계량해 둔 작은 그릇과 손질한 가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지는 속이 스펀지처럼 성글고 물기가 많은 채소라서 그 자체로 내는 맛이 거의 없다. 기름을 빨아들이면 식감은 부드러워지지만 맛은 양념에서 오는 것이 전부라, 간장과 설탕을 넣은 그 맛이 그대로 혀에 남는다.
간장을 더 넣으면 짠맛이 먼저 세지고 설탕을 더 넣으면 단맛만 올라가는데, 혀에 바로 닿는 두 가지 맛이 강해질수록 밍밍하다는 느낌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빠진 것이 짠맛이나 단맛이 아니라 먹고 난 뒤에 입에 남아 도는 감칠맛이라서, 양념을 늘리는 쪽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맛이다.
가쓰오부시는 가다랑어를 쪄서 연기에 쬐고 여러 달 말린 다음 종이처럼 얇게 깎아 낸 것이라, 말리는 동안 생선살의 감칠맛 성분이 바짝 졸아들어 들어 있다. 뜨거운 양념에 닿으면 얇은 포가 금방 축 풀리면서 그 맛이 가지 겉면에 입혀지는데, 국물을 따로 내지 않고도 국물 맛을 한 꼬집으로 얹는 셈이다. 간장만 넣고 볶을 때보다 감칠맛이 두 배로 올라가지만 향이 쉽게 날아가는 재료라서, 넣는 시점을 지켜야 제맛이 난다.
깨끗한 작은 접시에 한 꼬집 덜어 놓은 종이처럼 얇은 가쓰오부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지볶음에 가쓰오부시 넣어 감칠맛 올리는 방법
약불의 가스레인지 팬에서 젓가락으로 가지를 뒤적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지 두 개를 기준으로 간장 2숟가락, 설탕 0.5숟가락, 그리고 가쓰오부시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올린 한 꼬집이면 충분하다. 기름은 식용유를 두르고 참기름을 반 숟가락쯤 섞어 쓰고, 가지는 반으로 갈라 어른 손가락 굵기로 길게 썰어 둔다.
팬을 약불에 올리고 기름을 두른 다음 썰어 둔 가지를 펼쳐 넣는다. 센 불에서 급하게 볶으면 겉만 타고 속은 설익어 물이 생기니, 약불에서 뒤적이며 천천히 익히는 것이 좋다. 겉면이 노릇해지고 젓가락으로 눌렀을 때 말랑하게 들어가면 익은 것이다.
이때 간장 2숟가락과 설탕 0.5숟가락을 넣고 한두 번 크게 뒤적여 양념을 고루 묻힌다. 팬 바닥에 양념 국물이 거의 남지 않고 가지 겉면에 윤기가 돌면 양념이 다 입혀진 것이다. 양념이 바닥에 흥건하게 남은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가쓰오부시가 국물에 잠겨 향이 묻힌다.
여기서 불을 끄기 직전에 가쓰오부시 한 꼬집을 올리고 두세 번만 가볍게 섞어 마무리한다. 포가 살짝 오그라들면서 가지에 붙으면 그대로 불을 끄고 접시에 옮기는데, 이 단계에서 오래 볶으면 향이 날아가 넣은 효과가 줄어든다. 많이 넣으면 생선 맛이 앞으로 나와 비린 느낌이 들 수 있어 한 꼬집에서 멈추는 것이 안전하다.
불을 끄기 직전 팬의 가지볶음에 가쓰오부시 한 꼬집을 올리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지볶음을 자주 하는 집이라면 가쓰오부시 한 봉지를 사 두고 마지막 한 꼬집을 습관처럼 넣어 보길 권한다. 같은 재료에 같은 양념을 쓰면서도 식구들이 끝까지 비우는 반찬이 되는 것이 이 한 꼬집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