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정도리 구계등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정도리 해변에는 모래가 거의 없다. 완도항에서 서쪽으로 4km쯤 떨어진 이 바닷가는 길이 약 800m, 폭 약 200m에 걸쳐 둥근 갯돌이 깔려 있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질 때마다 돌끼리 부딪히며 구르는 소리가 해변 전체에 이어진다.
이곳의 이름은 구계등이다. 갯돌이 아홉 개의 계단처럼 층을 이룬 비탈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으로,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올라갈수록 돌 비탈이 여러 단으로 이어진다. 경관 가치를 인정받아 명승으로 지정됐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에 속해 있다.
파도에 구르는 갯돌과 해변 숲
완도 정도리 구계등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해변의 돌은 크기가 제각각이다. 손에 쥘 만한 달걀 크기 돌부터 두 손으로도 들기 어려운 수박만 한 돌까지 섞여 있다.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모서리가 없고 표면이 매끈하다. 물이 빠질 때 작은 돌들이 한꺼번에 끌려 내려가며 내는 소리는 모래 해변의 파도 소리와 결이 다르다.
계단 모양 비탈은 해변 끝에서 비스듬히 바라볼 때 잘 보인다. 물가에서 숲 쪽으로 돌 둔덕이 몇 단에 걸쳐 높아지고, 파도가 크게 칠수록 아래쪽 돌이 더 많이 움직인다. 같은 해변이라도 바람이 잔잔한 날과 파도가 높은 날에 들리는 소리의 크기가 다르다.
정도리 구계등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돌밭 뒤편으로는 상록수와 단풍나무가 섞인 숲이 해변을 따라 길게 자리한다. 바닷바람을 막아 주는 숲이어서 해변을 걷다가 그늘에 들어가 쉬기 좋다. 숲 안쪽에서는 나무 사이로 갯돌 해변과 바다가 함께 보인다. 햇볕이 강한 한낮에는 돌밭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쉬워, 숲그늘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쉬다가 해가 기울 때 다시 해변으로 나가는 순서가 편하다. 숲과 돌밭이 바로 맞닿아 있어 오가는 데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해돋이와 노을을 같은 해변에서
정도리 구계등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구계등은 바다 쪽이 동서로 넓게 트여 있다. 이른 아침에는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해 질 무렵에는 노을이 물드는 모습을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해가 낮게 비치는 시간에는 젖은 갯돌 표면이 빛을 받아 해변 전체가 반짝인다. 앞바다에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이 떠 있어 해가 섬 너머로 오르내릴 때 섬의 윤곽이 함께 드러난다.
가을에는 숲의 색도 달라진다. 해변 뒤편 단풍나무는 보통 10월 중순 무렵부터 물들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노을 시간에 맞춰 찾으면 붉게 물든 하늘과 숲, 회색빛 갯돌이 한 화면에 담긴다. 상록수가 함께 서 있어 단풍이 든 뒤에도 숲이 비어 보이지 않는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완도 정도리 구계등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800m 갯돌밭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30분 안팎이면 끝까지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둥근 돌이 쌓인 바닥이라 발이 잘 미끄러지므로 밑창이 단단한 운동화가 편하다. 구계등 앞바다는 수영금지구역이어서 물에 들어가면 처벌 대상이 된다.
해변을 끝까지 걸은 뒤 숲으로 들어가 쉬었다가 돌아오면 무리가 없다. 해돋이를 보려면 해 뜨기 전 어스름할 때 도착해 동쪽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노을은 해 지기 30분쯤 전에 자리를 잡으면 하늘색이 바뀌는 과정을 처음부터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없고 연중 언제든 찾을 수 있다. 탐방안내소 앞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완도항에서 차로 가까운 거리여서 완도타워 등 읍내 볼거리와 묶어 둘러보기 좋다. 해안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 87코스도 구계등을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