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경첩 소음으로 바세린 바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찬 바람이 들어 창을 닫아 두는 철이 되면 집 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밤늦게 방문을 여닫을 때마다 나는 끼익 소리에 자던 식구가 뒤척인다면, 손볼 곳은 문짝이 아니라 경첩이다. 다 쓰지 못하고 서랍 구석에 굴러다니는 바세린 통이 그 소리를 잡아 준다.
입술에 바르려고 사 두었다가 계절이 바뀌며 잊어버린 그 통은 화장대가 아니라 방문 앞에서 한 번 더 쓸 데가 생긴다. 미끄러운 기름 성분이 반고체로 굳어 있어 경첩 안쪽에 얇게 발라 두면 금속이 스치며 나는 소리가 잦아든다. 물을 밀어내는 성질까지 있어 얇게 남은 막이 금속에 녹이 앉는 것도 늦춰 준다.
경첩 핀이 마르면 끼익 소리가 나는 까닭
문 경첩 소음 바세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경첩은 두 장의 금속판이 하나의 핀을 물고 돌아가는 구조라, 문을 여닫을 때마다 핀과 그것을 감싼 금속이 서로 스친다.
공장에서 발라 둔 기름기가 몇 해에 걸쳐 마르고 나면 두 금속이 맨살로 맞닿는다. 끼익 소리는 그 맨살이 미끄러지지 못하고 붙었다 떨어지기를 아주 빠르게 되풀이하면서 생긴다.
문 경첩 소음 바세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그 떨림이 문짝 전체로 퍼져 나오기 때문에 손바닥만 한 경첩에서 난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린다.
경첩 나사가 헐거워져 문이 처진 집이라면 드라이버로 나사부터 조여 문을 제 위치에 맞춘 다음 바세린을 꺼내는 것이 좋다. 문이 기울어진 채로는 핀이 비스듬히 물려 돌아가 소리가 금세 다시 올라온다.
바세린은 광물성 기름을 왁스로 굳혀 만든 반고체라 상온에서는 젤처럼 제 모양을 지킨다. 손끝이나 금속의 온기가 닿으면 부드러워지면서 좁은 틈으로 퍼지고, 다시 식으면 그 자리에 머물러 흘러내리지 않는다. 액체 윤활유가 아래로 타고 내려와 문틀과 바닥에 기름 자국을 남기는 것과 다른 점이다.
핀을 뽑아 쌀알 크기만 바르는 방법
문 경첩 소음 바세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바세린 한 통과 마른 휴지, 일자드라이버 하나면 충분하고 시간은 5분이면 넉넉하다.
문은 반쯤 열어 문짝이 스스로 서 있는 곳에 멈춰 두고, 문 아래 틈에 두꺼운 책을 끼워 문짝이 내려앉지 않게 받쳐 둔다. 위쪽 경첩까지 손이 닿지 않으면 낮은 의자를 하나 가져다 두면 된다.
아래쪽 경첩부터 하나씩 손보는데, 드라이버 끝을 핀 머리 밑에 넣고 위로 밀어 올리면 머리가 쑥 들린다.
문 경첩 소음 바세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손으로 잡아 뽑은 뒤 마른 휴지로 핀을 감싸 쥐고 아래위로 훑어 묵은 기름때를 닦아 낸다. 쌀알 크기만큼 덜어 낸 바세린을 손끝으로 핀 가운데에 얹고 길이를 따라 얇게 펴 바른다.
바른 핀을 경첩 구멍에 맞춰 위에서 아래로 밀어 넣고, 머리가 제자리에 앉을 때까지 손가락으로 눌러 준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뽑으면 문짝이 기울어지므로 하나를 끼운 뒤에 다음 것으로 넘어간다. 위아래 경첩을 다 끝냈으면 문을 10번쯤 천천히 여닫아 겉에 묻은 바세린을 안쪽까지 밀어 넣는다.
문 경첩 소음 바세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이음새 밖으로 밀려 나온 여분은 마른 휴지로 곧바로 훔쳐 내야 먼지가 달라붙어 검게 뭉치지 않는다. 그대로 두면 손이 스칠 때마다 미끈거려 문틀까지 지저분해진다. 핀이 빠지지 않는 경첩은 이음새 틈에 바세린을 쌀알만큼 얹고 같은 횟수로 여닫아 안쪽까지 밀어 넣으면 된다.
소리가 나는 경첩이 하나뿐이어도 같은 문의 나머지 경첩은 함께 마르는 중이니 위아래를 한꺼번에 손봐 두는 것이 좋다. 소리가 다시 올라오면 그때 또 얇게 발라 주면 되니, 5분짜리 손질 한 번으로 밤늦게 드나들어도 식구들이 깨지 않을 만큼 문이 조용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