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없는 숲길에 꽃무릇 21만 본이 깔렸어요"...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10분 거리 천년 사찰 꽃길


붉은 융단 / 한국관광공사-김민중

붉은 융단 / 한국관광공사-김민중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에 있는 직지사는 절 입구에서 경내까지 걸어 들어가는 숲길이 길다. 매표소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만세교를 건너 대웅전 방향으로 향하는 구간인데, 이 길 양옆 바닥이 9월이면 붉게 바뀐다. 2019년부터 해마다 구근을 늘려 심은 꽃무릇이 지금은 약 21만 본에 이른다.

꽃무릇은 잎이 다 진 뒤에 꽃대만 올라오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상사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만 땅에서 솟아오르기 때문에 군락을 이루면 숲 바닥에 붉은 천을 깔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보통 9월 중순에 피기 시작해 하순에 절정을 맞고, 해에 따라 10월 초까지 색이 남는다.

숲 바닥이 붉어지는 구간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꽃무릇이 가장 촘촘한 곳은 절 입구에서 만세교에 이르는 일대다. 길 한쪽만 꾸민 화단이 아니라 양옆 숲 아래가 통째로 꽃밭이어서, 걷는 동안 시선 아래쪽이 계속 붉다. 위로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아래로는 붉은 꽃이 이어지니 색 대비가 뚜렷하다.

직지사 진입로는 오래된 나무가 많아 그늘이 짙다. 햇빛이 정면으로 들어오는 한낮보다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붉은색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다. 만세교를 건너면 경내가 시작되고, 천왕문과 대웅전 일대의 오래된 전각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꽃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경내까지 이어 걷는 편이 자연스럽다.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로, 경내에 대웅전과 비로전을 비롯한 오래된 건물이 모여 있다. 뒤로는 황악산 능선이 배경처럼 서 있어 전각 지붕 위로 산줄기가 겹쳐 보인다. 숲길에서 붉은 꽃을 보고 경내로 들어서면 풍경이 한 번 바뀌는 셈이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길 상태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주차장에서 경내를 한 바퀴 돌고 돌아 나오는 데 왕복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지형 길이라 산행 장비가 필요 없고, 어르신이나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부담이 적다. 길 폭도 넓어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도 서로 비켜 가기 쉽다.

꽃무릇은 군락 사이로 들어가 밟으면 다음 해 개화에 영향을 준다. 길 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꽃밭 전체가 눈에 들어오므로 화단 안으로 들어설 일은 없다. 절 입구 일대에는 상가와 식당이 모여 있어 걷기 전후로 쉬어 가기 좋다.

숲길 옆으로는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이 이어진다. 절 주차장에서 걸어서 닿는 거리라 꽃무릇 숲길을 돌아본 뒤 잔디밭과 물길이 있는 공원 산책로까지 묶어 걷는 사람이 많다. 반나절 일정으로 잡아도 이동 시간이 길지 않다.

관람료와 찾아가는 길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직지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직지사는 문화재구역 관람료를 받지 않아 숲길과 경내를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개방 시간은 해가 뜨면 열리고 해가 지면 닫히는 방식으로, 별도 휴무일 없이 연중 개방한다. 주차장은 매표소 앞에 마련돼 있으며 꽃무릇이 절정에 드는 9월 하순 주말에는 이른 시간에 차는 편이다.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차로 10여 분이면 닿는다. 수도권과 영남권 양쪽에서 당일로 다녀오기에 무리가 없는 거리다. 대중교통은 김천역과 김천구미역에서 직지사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절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바로 숲길로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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