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사각 밀폐용기 세 개에 한두 그릇 분량씩 나눠 담긴 된장찌개가 주방 상판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전후로는 국과 찌개를 한 번에 크게 끓여 두고 며칠씩 나눠 먹는 집이 많다. 식구가 모였다 흩어지고 나면 냄비 바닥에 반쯤 남은 된장찌개나 소고기뭇국이 그대로 남는데, 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다 보면 그 냄비는 가스레인지 위나 식탁 한쪽에 몇 시간씩 그대로 놓여 있게 된다.
대부분은 저녁이 되면 그 냄비를 다시 불에 올려 팔팔 끓인 다음 한 김 식혀 두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뚜껑만 덮어 둔다. 끓는 물에서는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알고 있으니 한 번 더 끓여 두면 괜찮다고 여기는 것인데,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 열 명 중 네 명이 남은 국과 찌개를 이렇게 상온에 둔다.
그런데 상온에 오래 둔 국과 찌개는 다시 끓이는 것만으로 처음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남은 국물 요리는 식탁에서 내린 뒤 2시간 안에 얕은 밀폐용기 여러 개에 나눠 담아 빨리 식혀서 냉장실에 넣는 것이 기본이고, 이 순서만 지켜도 며칠을 두고 먹어도 마음이 놓인다.
다시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남은 찌개 속 독소
불이 꺼진 가스레인지 위에 뚜껑을 반쯤 덮은 냄비가 그대로 놓여 있고, 안에는 먹고 남은 찌개가 절반쯤 남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음식이 상하기 시작하는 온도 구간은 5도에서 60도 사이다. 냉장고 안보다는 따뜻하고 펄펄 끓는 것보다는 미지근한 이 구간에서 균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데, 다 끓인 찌개를 실온에 두는 일은 뜨거웠던 냄비가 천천히 식으면서 이 구간을 아주 길게 지나가도록 두는 셈이다.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2시간 넘게 두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도 여기서 나온다.
문제는 이 시간 동안 늘어난 균 가운데 일부가 국물 속에 독소를 남긴다는 점이다. 균 자체는 다시 끓이면 대부분 죽지만 이미 만들어진 독소는 열에 강해서, 팔팔 끓여도 그대로 남는다. 겉보기에도 멀쩡하고 냄새도 평소와 다르지 않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 더 끓였다는 사실만 믿고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남은 국과 찌개는 다시 끓이는 쪽이 아니라 빨리 식히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그런데 깊은 냄비에 국물이 가득 담겨 있으면 겉면은 식어도 한가운데는 몇 시간씩 미지근하게 남는다. 국물을 얕고 넓게 펴 담으면 열이 빠져나가는 면적이 넓어져 훨씬 빨리 식으니, 얕은 밀폐용기 여러 개에 나눠 담는 방법이 여기서 힘을 낸다.
남은 국과 찌개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
바닥이 넓고 높이가 낮은 빈 밀폐용기 네 개와 뚜껑을 주방 상판에 늘어놓았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필요한 것은 바닥이 넓고 높이가 낮은 밀폐용기 서너 개다. 한 통에 한 끼 먹을 만큼, 대략 한두 그릇 분량씩만 담는 것이 좋다. 시간 기준은 상을 물린 때부터 2시간이니,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에 남은 국부터 옮겨 담아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국자로 건더기와 국물을 고루 떠서 용기마다 비슷하게 나눠 담되, 국물이 용기 높이의 3분의 2를 넘지 않게 담는다. 담은 직후에는 뚜껑을 바로 닫지 말고 살짝 걸쳐만 둔다. 뜨거운 김이 갇히면 뚜껑 안쪽에 물이 맺혀 국물로 도로 떨어지고 식는 속도도 느려진다.
국자로 건더기와 국물을 함께 떠서 얕은 용기에 옮겨 담고 있고, 옆 용기는 뚜껑을 닫지 않고 살짝 걸쳐 두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더 빨리 식히려면 싱크대에 찬물을 얕게 받아 두고 그 위에 용기를 띄워 놓는다. 이렇게 하면 20분 안팎이면 미지근해지는데, 용기 바닥을 손등에 대 보아 뜨겁지 않고 미지근한 정도가 되면 다 식은 것이다. 이때 뚜껑을 제대로 닫아 냉장실에 넣는다. 펄펄 끓는 상태로 냉장고에 바로 넣으면 옆에 있던 반찬까지 온도가 올라가니 피한다.
찬물을 얕게 받은 스테인리스 싱크대 볼 안에 국을 담은 얕은 용기 두 개를 띄워 식히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먹을 때는 통 하나만 꺼내 냄비에 붓고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올라올 때까지, 국물 전체가 끓는 상태로 1분쯤 더 데운다. 한 번 데운 국을 또 식혀서 도로 냉장고에 넣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으니, 처음에 나눠 담을 때 한 끼 분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냉장실에 넣은 국과 찌개는 3~4일 안에 먹는다.
국 한 냄비를 나눠 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이다. 며칠에 걸쳐 먹는 음식일수록 처음 식히는 그 5분이 남은 끼니 전체를 좌우하니, 상을 물릴 때 냄비부터 비우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