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심각한 공실 문제를 겪는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 과거 호텔 개조 사업보다 공사비와 구분소유자 동의, 세금 환수 등 구조적 장벽이 높아 5대 규제 완화 조치가 함께 도입되었습니다.
- 공업지역 입지에 따른 주거 인프라 부족과 까다로운 검증 조건이 남아 있어 실제 공급 성과는 향후 집행 과정을 지켜봐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승인된 지식산업센터가 1,500곳을 넘어섰지만, 최근 3년 사이 준공된 곳의 평균 공실률은 43.5%에 달합니다. 열 칸 중 네 칸 이상이 비어 있는 셈입니다. 한쪽에서는 상업용 공실과 역대 최다 수준의 경매 매물이 쏟아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청년들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하는 모순이 이어지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개조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경매 시장에 나오는 매물 건수 역시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주택 전환의 개념과 등장 배경
지식산업센터 주택 전환 사업은 법적으로 공장 및 사무 시설로 분류되는 건물을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으로 용도 변경하고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수도권 내 심각한 공실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도심 청년·신혼부부용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1차 공급 목표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 2천 호로 잡았습니다.
비주거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공실이 늘어난 관광호텔을 청년주택으로 바꾸겠다며 대규모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입주로 이어진 물량은 당초 목표의 3% 수준인 1,300가구 안팎에 그쳤습니다. 주차장과 난방, 수도 등 최저 주거 기준을 맞추는 데 들어가는 공사비가 감정가를 넘어서며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호텔 개조보다 지식산업센터 전환이 까다로운 이유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바꾸는 작업은 기존 호텔 리모델링보다 공학적·법적 난도가 훨씬 높습니다. 단순히 내부 인테리어만 고치면 주택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건축 구조와 권리 관계에서 전혀 다른 난관에 부딪힙니다.

호텔 개조 방식이 이미 한계를 드러낸 가운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지식산업센터 전환은 한층 더 까다로운 과제로 꼽힙니다.
첫째는 내부 설비 문제입니다. 호텔은 객실마다 개별 화장실과 배관이 갖춰져 있지만, 지식산업센터는 4.5m에서 6m에 달하는 높은 층고를 지닌 창고형 구조가 많고 화장실도 층별 공동 사용인 경우가 흔합니다. 독립된 주거 공간을 구성하려면 배관, 방수, 단열, 환기, 채광 시설을 바닥부터 천장까지 전부 새로 시공해야 하므로 대규모 구조 변경이 불가피합니다.
둘째는 구분소유권과 복잡한 이해관계입니다. 단일 소유주가 대부분이었던 호텔과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호실마다 주인이 다른 집합건물입니다. 공용 배관이나 복도를 건드리려면 구분소유자 다수의 법적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합니다. 여기에 기존 공장 용도로 분양받을 당시 감면받았던 최대 35% 수준의 취득세가 주택 전환 시 환수 대상이 된다는 점도 주요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5대 규제 완화 장치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 이번 대책은 건물을 억지로 고치기보다 제도적 빗장을 먼저 푸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 매입 대상 확대: 상가와 숙박시설 중심이던 LH 매입 대상에 지식산업센터(공장)를 공식 포함했습니다.
- 입지 규제 완화: 일반공업지역 내에서도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길을 열었습니다.
- 주차장 기준 예외: 30㎡ 미만 소형 주택으로 개조할 경우 추가 주차장 확보 의무를 면제했습니다.
- 금융 및 보증 지원: 호당 최대 7천만 원 수준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감정가의 60% 범위에서 보증을 지원합니다.
- 세금 환수 유예: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주택 전환 시 발생하는 취득세 환수 조치를 일정 기간 유예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건물을 물리적으로 개조하기에 앞서 정부가 마련한 다섯 가지 규제 완화 장치로 용도 변경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거 인프라와 사업성 검증이라는 남은 과제
정부가 다섯 가지 제도적 문턱을 낮췄지만 실제 공급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이번 사업 대상은 서울 및 경기 규제지역 내 지은 지 30년 이내이면서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로 한정됩니다. 2027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잡고 있어 청년들이 실제로 입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인 주거 환경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부지는 본래 공장 지역이어서 학교, 공원, 편의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가 일반 주거지역보다 턱없이 부족합니다. 제도를 완화해 건물을 주택으로 바꾸더라도 실거주자의 생활 만족도를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대책의 성패는 과거의 단순 매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열악한 입지 한계를 극복해 실효성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FAQ
지식산업센터를 주택으로 고치면 바로 입주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관, 방수, 단열 등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하며, 정부의 착공 목표 시점이 2027년 상반기인 만큼 실제 입주는 그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과거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바꿨던 사업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호텔은 객실마다 화장실과 배관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었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창고형 구조에 공용 화장실을 쓰는 경우가 많아 뜯어고쳐야 할 구조 공사의 범위와 비용 부담이 훨씬 큽니다.
소유자가 여러 명인 지식산업센터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가요?
호실별로 소유자가 다른 집합건물 특성상 공용 부분을 리모델링하려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 기준 이상의 법적 동의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