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구벌대로 9.1km 구간의 클린로드는 수돗물이 아닌 지하철 2호선 10개 역사에서 발생하는 유출 지하수를 활용합니다.
- 버려지던 지하수를 중앙분리대 노즐로 분사해 아스팔트 노면 온도를 20℃ 이상 낮추고 미세먼지를 저감합니다.
- 열섬 완화 효과가 뚜렷하지만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 공동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정밀 지하 레이더 탐사가 함께 진행됩니다.

여름철 대구 달구벌대로를 지나다 보면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시원하게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만촌네거리부터 신당네거리까지 이어지는 9.1km 구간의 아스팔트를 적시는 이 장치는 단순한 분수 쇼나 소방 훈련이 아닙니다. 분지 지형 특유의 극심한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을 완화하기 위해 구축된 도로 살수 시스템, 바로 '클린로드(Clean Road)'입니다.
도시가 거대한 열섬처럼 달아오르면 아스팔트는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지고 그 열기는 밤늦게까지 식지 않습니다. 달구벌대로는 대구의 동서를 관통하는 핵심 간선도로인 만큼, 아스팔트 노면의 열기만 잡아도 도심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넓은 도로에 물을 안정적으로 뿌리는 방식에는 근본적인 도시공학적 고민이 숨어 있었습니다.
클린로드란 무엇인가: 살수차의 한계를 넘은 고정식 도로 냉각망
클린로드는 도로 중앙분리대나 갓길에 전용 배관과 노즐을 매설하고, 원격 제어를 통해 도로 전폭에 물을 일제히 분사하는 상설 도로 냉각 시스템입니다.
초기 대안으로 쓰이던 도로 살수차는 물을 뿌리고 지나간 뒤 효과가 금세 사라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9km가 넘는 간선도로를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며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도로를 고르게 식히는 일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도로 중앙분리대에 특수 노즐을 설치해 원격 밸브 조작 한 번으로 9.1km 전체를 동시에 적시는 자동화 배관망을 구축했습니다.
클린로드 시스템은 초기 4월부터 9월까지 가동되었으나 폭염이 심해지면서 점차 운영 횟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 막대한 수돗물을 도로에 낭비한다?
많은 이들이 클린로드를 보며 정수한 수돗물을 길바닥에 쏟아붓는 예산 낭비가 아닌지 의문을 품곤 합니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 구간에 물을 한 번 가동하는 데 약 300여 톤(25톤 트럭 12대 분량)의 수량이 들어갑니다. 폭염 특보 발령 시 하루 3~4회씩 3월부터 11월까지 가동한다면 수돗물 비용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클린로드는 일반 수도 배관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정수된 수돗물을 끌어다 쓰는 것이 아니라, 도로 바로 밑을 지나는 지하철 2호선(2005년 개통) 10개 역사에서 매일 스며 나오는 '유출 지하수'를 전량 재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터널을 굴착하면 지하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워 매일 펌프로 물을 퍼 올려 하천으로 방류해야 합니다. 클린로드는 어차피 버려지던 이 유출 지하수를 집수정에서 배관을 통해 지상 도로 중앙분리대로 끌어올려 살수하는 역발상 순환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지하철 역사로 스며드는 지하수를 버리지 않고 배관으로 끌어올려 도로 냉각수로 활용합니다.
구조적 작동 메커니즘과 실질적인 저감 효과
클린로드의 작동 체계는 도로 구조에 맞춰 정밀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구간은 상행선과 하행선 방향으로 각각 전용 노즐이 물을 뿜어내고, 분리대가 없는 구간은 양방향 노즐 하나가 양쪽 차로를 동시에 적십니다. 도로를 식히고 먼지를 씻어낸 물은 배수로를 거쳐 자연스럽게 신천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 시스템의 효과는 수치로 명확히 나타납니다.
- 노면 온도 저감: 가동 직후 달아오른 아스팔트 노면 온도가 20℃ 이상 급격히 하강합니다.
- 주변 대기 냉각: 기화열 작용으로 도로 주변 미기후 기온을 3~4℃ 낮추는 효과를 냅니다.
- 미세먼지 세척: 도로 재비산 먼지를 씻어내어 가동 구간의 미세먼지 농도가 미가동 구간 대비 약 18% 감소합니다.
현재 이 시스템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서 통합 관리하며, 3월부터 11월까지 기상 조건에 따라 하루 1회에서 최대 4회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합니다. 그 효율성을 인정받아 2021년에는 서구 염색공단천로 0.5km 구간에도 추가 도입되었습니다.
지하수가 계속 새어 나오면 지반 침하가 발생할 수 있어, 땅속 빈 공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안전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도시 인프라 적용 시 고려할 점: 지반 안정성 관리
클린로드는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해 도시 열섬을 완화한 모범적인 공학 모델이지만, 지하수 유출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위험 요소를 지속해서 살펴야 합니다.
지하수가 터널 내부로 계속 유입되어 빠져나간다는 것은 지하수위 변동과 함께 터널 주변 토사가 미세하게 유실될 가능성을 수반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도로 하부 지반 침하나 공동(빈 공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수성구 등 관계 기관에서는 수성교부터 사월교까지 달구벌대로 지하를 대상으로 지하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진행하며 지반 안전성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대구 달구벌대로의 클린로드는 물리적 한계로 여겨졌던 지하철 유출수를 도심 폭염을 해결하는 유용한 자원으로 바꾼 인프라 혁신이자, 빈틈없는 지반 유지관리가 뒷받침되어야 완성되는 입체적 도시공학의 결과물입니다.
FAQ
클린로드에서 나오는 물은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물인가요?
클린로드에 쓰이는 물은 오염된 하수가 아니라 지하철 역사 구조물 틈으로 자연 유입되는 깨끗한 지하수(유출지하수)를 집수해 사용하므로 안전합니다.
클린로드가 가동되면 차량 주행에 위험하지 않나요?
분사 노즐의 각도와 수압을 도로 표면에 맞춰 낮게 설정해 운전자 시야 방해를 최소화했습니다. 다만 노면이 젖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서행 운전을 권장합니다.
겨울철에도 클린로드를 가동하나요?
겨울철에는 도로 결빙(블랙아이스)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있어 가동하지 않으며, 봄부터 가을까지인 3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만 운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