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드라이브] “르노의 미래 디자인, 한국과 매주 논의…기술보다 사람이 먼저”


알렉상드르 말발 르노 브랜드 디자인 부문 부사장, 파리모터쇼 공동 취재단 제공

알렉상드르 말발 르노 브랜드 디자인 부문 부사장, 파리모터쇼 공동 취재단 제공

“우리는 한국 디자인팀과 매우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매주 회의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죠.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의 방향을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


알렉상드르 말발(Alexandre Malval) 르노 브랜드 디자인 부문 부사장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한국 시장을 위한 르노의 디자인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말발 부사장이 강조한 것은 화려한 외관이나 첨단 기술 자체가 아닌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경험이다. 르노가 1980년대부터 추구해 온 '일상을 함께하는 차(Voiture à vivre)'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편안함과 웰빙, 실용성을 디자인의 중심에 놓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나올 차에서 중요한 것은 '일상을 함께하는 차'라는 개념”이라며 “편안함과 웰빙이 매우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2열, 즉 뒷좌석의 안락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이 뒷좌석의 안락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뒷좌석 승객을 위한 멀티미디어 기능 역시 르노가 추구하는 편안한 자동차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르노가 추구하는 네 가지 브랜드 디자인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말발 부사장은 '사랑받기 위한 디자인', '정교하게 빚어낸 공간', '열정적인 전동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기술'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첫 번째인 '사랑받기 위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끼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말발 부사장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고 대중적으로도 폭넓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차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인 '정교하게 빚어낸 공간'은 공간 활용과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는 르노 16과 에스파스, 트윙고 등을 사례로 들며 공간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이 르노의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르노는 르노 16의 해치백 구조와 슬라이딩 벤치 시트, 에스파스의 모듈형 실내 공간 등을 통해 자동차의 활용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말발 부사장은 “플랫폼에 얼마나 많은 지혜와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고객이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모듈화된 구성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가치인 '열정적인 전동화'에서는 전기차의 운전 재미를 부각했다. 전동화가 단순히 효율이나 친환경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운전의 즐거움과 쾌적함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말발 부사장은 “전기차는 지루한 차가 아니다”며 “저는 르노 5를 타고 파리 시내를 달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가속력이 좋고 쾌적함도 나무랄 데가 없다”고 말했다.


네 번째 가치인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기술'은 한국 시장과의 연관성을 특히 강조한 부분이다. 그는 “한국은 기술이 매우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은 사용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말발 부사장은 자동차 실내에 첨단 기술을 화려하게 드러내는 '하이테크'보다 기술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샤이테크'가 르노의 철학에 더 부합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샤이테크가 르노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은 차를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실내 곳곳에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그것이 존재하는 목적은 결국 사람의 편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발 부사장은 필러 투 필러 스크린을 사례로 들면서 기술의 인터페이스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를 “단순한 기술을 넘어 어떻게 보면 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우리가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며 기술 자체를 과시하는 접근과는 분명한 거리를 뒀다.


말발 부사장은 “르노에서는 편리함과 쾌적함, 안락함과 웰빙이 핵심”이라며 “차량의 실내는 스트레스가 없는 공간이어야 한다. 탑승했을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노의 미래 디자인 전략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르노 4와 르노 5 등 과거 인기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을 이어가면서도 복고 디자인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말발 부사장은 향후 르노 디자인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클래식 아이콘(Classic Icon)', '사가(Saga)', '현대적인 자동차'다.


첫 번째인 클래식 아이콘은 르노 4와 르노 5, 트윙고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과거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영역이다. 기존 모델이 가진 고유한 매력과 감성을 현재의 디자인 및 기술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인 사가는 기존 차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세대를 거듭해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클리오와 캡처, 콜레오스, 메간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세 번째인 현대적인 자동차는 과거의 디자인에서 출발하기보다 미래 소비자가 원하는 자동차를 새롭게 구상하는 영역이다. 말발 부사장은 라팔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새로운 이름뿐 아니라 디자인 미학과 차체 비례에서도 기존 모델과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 번째 범주에 해당하는 디자인 작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팀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과 인도, 남미, 유럽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다만 헤리티지에 기반한 디자인의 가능성도 여전히 높게 평가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유사한 디자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과거의 개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은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말발 부사장은 “요즘 시장에 나오는 차들은 다소 위압적이면서도 개성이 부족하고 획일화된 경우가 있다”며 “반면 클래식 아이콘 모델들은 차별성이 있고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과거의 유산과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결합한 사례로는 E-스페이스(E-Space)를 제시했다.


그는 “E-스페이스는 향수를 자극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대를 위해 만든 차”라며 “과거 르노 에스파스의 DNA와 에스파스라는 개념이 지녔던 스마트함은 유지하면서도 외관은 미학적으로 매우 현대적인 새로운 차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르노가 지향하는 미래 디자인은 브랜드가 축적해 온 정체성을 유지하되 변화하는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요구를 반영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한국 디자인팀과의 긴밀한 협업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말발 부사장이 인터뷰 전반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기술과 디자인이 사람의 일상을 더욱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르노가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일 자동차의 디자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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