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야당이 대주주의 의도적인 주가 누르기를 차단하고자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 일률적인 PBR 기준이나 6년 평균 시가 및 30% 할증 적용은 업종별 특성에 따른 피해 기업을 낳고 과도한 세금 부담을 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
- 실제 주가 누르기 여부를 검증할 소명 절차 보장과 상장주식 물납 확대 같은 정교한 보완책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최근 주식시장의 뜨거운 화두는 단연 ‘주가 누르기 방지법’입니다. 최대주주가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법안인데요. 과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만 남길 수 있을까요? 표면적인 명분은 명확하지만, 실무 세법의 구조와 기업 경영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면 상당한 부작용과 까다로운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1. 최근 무슨 일이 일어났나: 정부안과 이소영 의원안의 핵심 구조
현재 논의되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크게 정부안과 이소영 의원안으로 나뉩니다. 두 안 모두 대주주의 주가 누르기를 차단하려는 목적은 같지만, 접근하는 세법상의 틀은 전혀 다릅니다.
정부안은 주가누르기 방지라는 명분 아래 6년이라는 긴 기간의 주가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등 복잡한 실무적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정부안은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을 함께 제시합니다. 장기간 저PBR 상태가 이어지거나, 물적분할·중복상장·자사주 활용 교환사채(EB) 발행처럼 주가를 누른 것으로 의심되는 자본거래가 있으면서 최근 시가가 3년 평균보다 30% 이상 낮을 때 적용됩니다. 이 요건에 해당하면 납세자인 최대주주가 직접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에 '주가를 누른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소명해야 합니다. 소명하지 못하면 최대 6년간의 주가를 평가에 반영하거나 최소 30%를 할증해 과세하는 구조입니다.
상장 주식에도 비상장 주식과 유사한 평가 하한선을 도입하려는 법안의 취지는 대주주의 인위적인 주가 저평가를 막겠다는 데 있습니다.
반면 이소영 의원안은 한층 과감하고 단순합니다. 상장사라 하더라도 PBR이 0.8배 미만이라면 시장 거래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표준의 하한선으로 삼자는 제안입니다. 상장 혜택을 누리면서 자산가치보다 턱없이 낮은 주가를 방치하는 행위에 강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강력한 제재안입니다.
2. 왜 이것이 문제인가: 시가주의 대원칙과의 충돌과 과세 폭탄
세법의 대원칙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상장주식의 '시가주의'가 흔들린다는 사실입니다. 세법상 시가란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거래한 가격을 최우선으로 인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부안과 이소영 의원안은 주가 누르기를 차단하려는 목적은 같지만,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과 세법상 적용 기준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26년 3월 자료 기준 국내 코스피 상장사의 66.4%, 코스닥 상장사의 45.0%가 PBR 1배 미만인 상황에서 PBR 0.8배 미만을 무조건 제재 대상으로 삼는다면, 상장주식 시장 가격의 절반 이상을 세법상 시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는 상장사를 비상장사와 다름없이 취급하여 시가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실무적으로도 PBR이 0.3~0.4배 수준인 기업의 대주주가 상속을 맞이하면 심각한 재무적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가격은 100억 원인데 세법상 자산가치 평가로 상속세가 200억 원 부과된다면, 상속받은 주식을 전량 매각하더라도 세금을 못 내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는 사실상 재산을 전액 몰수당하는 수준의 과혹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3. 무엇이 이러한 법안을 이끌었나: 밸류업 정책과의 연계와 제도적 배경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는 왜 이처럼 파격적인 세제 개편을 시도하는 것일까요? 이면에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저PBR 기업 공표 제도’를 비롯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정책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PBR 기업 공표 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과 일정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보면 이번 법안과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부안에 등장하는 '6년'이나 '13개 반기' 같은 복잡한 평가 기간 설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의아하셨을 텐데요. 이는 금융위 밸류업 공표 제도의 '누적 3년 하위 25%' 공표 기준과 '누적 6년 면제 특례' 조항에서 그대로 따온 요건입니다.
일본이 거버넌스 개혁과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어낸 사례를 참고해, 세제상 불이익이라는 강력한 채찍으로 대주주가 자발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계산입니다.
4. 누구에게 영향이 미치며 실무적으로 무엇이 바뀌나
이 법안이 실제 시행된다면 기업 대주주들과 자본시장은 커다란 전략적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대주주가 주가를 올려 세금을 회피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 주가 부양의 한계: 건설이나 자동차 부품처럼 업종 자체의 성숙도나 업황 한계로 PBR이 낮은 기업은 대주주가 아무리 주주환원을 늘려도 시장 주가를 PBR 0.8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 기업 매각 및 지배구조 변동: 주가를 올리기 힘든 대주주는 상속과 증여를 포기하고 기업을 사모펀드(PEF)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중견·중소기업의 오너십이 흔들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 해외 이민 및 전출세 고려: 극단적으로는 피상속인이 국외로 이주해 국외전출세를 내더라도 해외에서 상속을 진행하는 대안을 고민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5. 일률적 잣대의 한계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점
따라서 낮은 PBR을 오로지 '대주주의 악의적인 주가 누르기' 때문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정교한 제도 개편을 위해 다음 두 가지 보완책이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첫째, 소명 절차의 확실한 보장입니다. 정부안에 포함된 재산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한 소명 절차처럼, 업황 악화나 불가피한 경영 환경 탓에 주가가 떨어진 억울한 납세자가 과도한 할증 과세를 피할 수 있는 절차적 정의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둘째, 상장주식 물납 제도의 확대입니다. 세무당국이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자산가치(PBR 0.8배 수준)로 주식을 평가해 세금을 매겼다면, 납세자가 현금 대신 해당 상장주식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물납을 허용해야 논리적 정합성이 맞습니다. 정부가 주식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면 평가된 주권 자체를 세금으로 수용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6. 향후 국회 논의와 관전 포인트
앞으로 하반기 국회가 열리면 정부안과 이소영 의원안, 이윤기 의원안 등 여야의 여러 법안이 '법안 병합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각 안의 장단점을 절충한 단일 대안이 도출될 전망입니다.
절대적인 PBR 0.8배라는 단일 기준 대신 업종별 상대 평가를 도입하고, 추정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납세자의 소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과도한 할증 패널티 대신 할증 평가 폐지나 물납 허용 같은 인센티브를 조합하는 방향으로 다듬어지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 누르기 방지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정교하지 못한 세법 개정이 한국 기업의 승계를 막고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FAQ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통과되면 저PBR 기업 주가가 무조건 오르나요?
대주주가 주가 부양 노력을 기울일 유인은 생기지만, 업황이나 산업 구조상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릴 수 없는 기업도 많습니다. 오히려 대주주가 승계를 포기하고 기업을 매각하거나 비상장화하는 등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소영 의원안과 정부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이소영 의원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를 비상장주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로 직접 평가하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식입니다. 반면 정부안은 자본거래 행위와 주가 하락 요건을 따져 주가 누르기를 추정한 뒤, 대주주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6년 평균가 적용 또는 30% 할증을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PBR이 낮아 상속세를 내기 힘들 때 주식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이 가능한가요?
현재 상장주식 물납은 다른 납부 재산이 없는 등 매우 제한적인 요건에서만 허용됩니다. 하지만 PBR을 강제로 높여 평가 과세할 경우,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상장주식 물납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