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생태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남포리 앞, 탐진강이 강진만과 만나는 하구에는 갯벌을 덮은 갈대 군락이 펼쳐진다. 면적이 약 20만 평에 이르러 한쪽 끝에 서면 반대편 끝이 잘 가늠되지 않을 만큼 넓다. 강물이 실어 온 흙이 바다와 만나는 자리에 쌓이고, 그 위에 갈대가 뿌리를 내리면서 만들어진 풍경이다.
갈대는 9월 하순부터 이삭을 내민다. 아직 초록이 남은 줄기 끝에 갈색 이삭이 하나둘 올라오고, 10월로 접어들면 군락 전체가 옅은 갈색에서 은빛으로 옮겨간다. 해가 낮게 깔리는 시간에 역광으로 보면 이삭의 잔털이 빛을 받아 밭 전체가 하얗게 일렁인다. 강진만생태공원은 이 갈대밭 안쪽으로 길을 내어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만든 곳이다.
갈대 사이로 놓인 데크길, 강을 건너는 다리
강진만생태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생태탐방로는 나무 데크로 총 4.16km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데크가 시작되고, 곧 양옆으로 갈대가 사람 키만큼 솟아오른다. 시야가 갈대 줄기로 막혔다가 길이 꺾이는 곳마다 갯벌과 강물이 한 번씩 드러나는 식이라, 같은 길이어도 걷는 동안 보이는 것이 계속 바뀐다.
이 가운데 3.0km 구간은 탐진강을 가로지르는 인도교로 연결된다. 다리 위에 서면 갈대밭을 옆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보게 되고, 물이 빠진 갯벌의 골과 갈대 군락의 경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해를 등지던 방향이 바뀌면서 조금 전까지 갈색이던 갈대가 은빛으로 보인다.
발밑 갯벌에서 만나는 짱뚱어와 철새
강진만생태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데크 아래는 그대로 살아 있는 갯벌이다. 물이 빠진 시간에 난간 너머를 내려다보면 짱뚱어가 뻘 위를 미끄러지듯 옮겨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슴지느러미로 몸을 세워 기어오르거나 구멍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이 커서, 망원경 없이도 눈에 띈다. 짱뚱어는 물이 빠진 낮 시간에 주로 나와 있고, 날이 추워지면 갯벌 속으로 들어가 겨울을 난다. 데크와 갯벌 사이가 가까워 아이들과 함께 걸을 때 발길이 오래 멈추는 구간이기도 하다.
강진만생태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강진만은 큰고니가 겨울을 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날이 추워지면 갈대밭과 갯벌 사이 물골에 무리가 내려앉고, 오리류를 비롯한 다른 물새도 함께 머문다. 갈대가 은빛으로 완전히 마르는 시기와 철새가 들어오는 시기가 이어져 있어, 늦가을과 초겨울에는 두 가지를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 바퀴 걷는 시간과 가을 축제 일정
강진만생태공원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탐방로에는 오르막이 없다. 전체를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30분쯤 걸리고, 중간중간 벤치와 화장실이 있어 걷다가 쉬어 가기 좋다. 공원은 상시 개방하며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주차장은 150~200대 규모로, 평일에는 자리가 넉넉한 편이다.
제10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는 10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9일간 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며 입장은 무료다. 갈대로 화관을 만드는 체험을 비롯해 어린이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이번에 늘었다. 축제 기간에는 주차장이 일찍 차는 만큼 오전에 도착하는 편이 낫다.
조용히 걷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삭이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10월 중순 사이가 낫다. 갈대 색은 아직 은빛으로 가는 중이지만 데크길에 사람이 적어, 발밑 갯벌의 소리와 갈대 스치는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