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생긴다고 더 강력한 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주방 기름때 청소에 유명한 베이킹소다와 식초 섞지 마세요


가스레인지 옆 조리대에 베이킹소다 상자와 투명한 식초 병을 나란히 놓고, 아직 어느 것도 열지 않은 상태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스레인지 옆 조리대에 베이킹소다 상자와 투명한 식초 병을 나란히 놓고, 아직 어느 것도 열지 않은 상태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명절 음식을 하고 난 뒤나 한동안 미뤄 두었던 주방을 치울 때면, 가스레인지 둘레와 후드 아래에 눌어붙은 기름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방 세제를 묻혀 문질러도 손끝에 끈적한 것이 남고, 행주로 몇 번을 닦아 내도 물기가 마르고 나면 얼룩이 다시 도드라져서 결국 찬장에 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꺼내 들게 된다.

그런데 이때 대부분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쓴다. 기름때 위에 베이킹소다를 뿌리고 그 위로 식초를 부으면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데, 이 거품이 때를 들어 올린다고 여겨 잠시 두었다가 행주로 닦아 낸다. 그렇게 닦고 나면 겉은 조금 말끔해 보여도 눌어붙은 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재료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쓰는 순서 때문인데, 베이킹소다와 식초는 한자리에서 섞을 때가 아니라 10~15분 간격을 두고 따로 써야 각각의 힘이 살아 있는 상태로 때에 닿는다.

거품이 이는 순간 세정력이 사라지는 이유

흰 접시 위 베이킹소다 가루에 식초가 닿아 흰 거품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흰 접시 위 베이킹소다 가루에 식초가 닿아 흰 거품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주방에 생기는 오염은 성질이 둘로 갈린다. 튀김 기름이 튀어 눌어붙은 자국이나 국물이 끓어 넘쳐 굳은 자국은 기름 성분이라서 약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가 풀어 준다. 반대로 싱크대 수전이나 타일에 하얗게 낀 물때와 도마에 남은 비린내는 약산성인 식초를 발라야 옅어진다.

서로 반대 성질이라는 점이 문제인데, 두 가지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하면 중화 반응이 일어나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아세트산나트륨만 남는다. 요란하게 올라오는 거품은 때가 떨어져 나오는 모습이 아니라 알칼리와 산이 서로를 없애고 있다는 신호이고, 거품이 잦아든 자리에는 기름때를 풀어 줄 성분도 물때를 녹일 성분도 남아 있지 않다. 두 가지를 페트병이나 밀폐 용기에 함께 담아 흔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 안에서 생긴 기체 때문에 압력이 올라가 뚜껑이 튀거나 용기가 깨질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재료를 그대로 쓰되 만나지 않게 순서를 떼어 놓아야 하고, 기름때를 먼저 베이킹소다로 풀어 헹궈 낸 다음에 남은 얼룩에만 식초를 쓰는 것이 순서다.

주방 기름때와 물때 차례로 지우는 방법

그릇에 담은 베이킹소다에 작은술로 물을 조금씩 부어 숟가락으로 되직하게 개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그릇에 담은 베이킹소다에 작은술로 물을 조금씩 부어 숟가락으로 되직하게 개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먼저 그릇에 베이킹소다를 서너 큰술 덜고 물을 한 작은술씩 부어 가며 치약 정도로 되직하게 갠다.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묽어져서 가스레인지 옆면이나 후드처럼 서 있는 면에 발랐을 때 그대로 흘러내리니, 숟가락으로 떠올렸을 때 뚝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물을 넣는 것이 좋다.

반죽을 기름때 위에 5mm 두께로 도톰하게 바르고 10~15분을 그대로 둔다. 얇게 펴 바르면 금방 말라 버려 불려 내는 힘이 떨어지므로, 중간에 가장자리가 하얗게 마르면 분무기로 물을 한 번 뿌려 축축한 상태를 유지한다. 굳은 기름이 물러지면서 표면이 거뭇하게 배어 나오면 불리기가 끝난 것이다.

가스레인지 옆 스테인리스 면 한 곳에 베이킹소다 반죽을 손가락 한 마디 두께로 도톰하게 발라 두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스레인지 옆 스테인리스 면 한 곳에 베이킹소다 반죽을 손가락 한 마디 두께로 도톰하게 발라 두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그다음 부드러운 수세미나 마른 키친타월로 원을 그리듯 닦아 내고, 물에 적신 행주를 여러 번 빨아 가며 베이킹소다가 남지 않게 충분히 헹군다.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헹굼이 끝난 것인데, 이 과정을 건너뛰고 식초를 바로 뿌리면 표면에 남은 베이킹소다와 다시 중화돼 아무 소용이 없다.

물에 적신 행주를 손바닥으로 눌러 가스레인지 옆면의 베이킹소다를 원을 그리듯 닦아 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물에 적신 행주를 손바닥으로 눌러 가스레인지 옆면의 베이킹소다를 원을 그리듯 닦아 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은 뒤, 아직 하얗게 남은 물때나 얼룩 부분에만 식초를 뿌리고 3~5분 두었다가 닦아 내고 물로 한 번 더 헹군다. 식초는 대리석이나 천연석 상판, 알루미늄 냄비에는 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표면이 하얗게 변하거나 부식될 수 있다. 염소계 세제(락스)와 같은 자리에 쓰는 것도 피하고, 락스로 닦았다면 물로 완전히 헹군 다음에 식초를 꺼낸다.

가스레인지 둘레는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손을 대면 충분하니, 다음에 주방을 치울 때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뿌리는 대신 15분만 사이를 두고 차례로 써 보길 권한다. 같은 양을 쓰고도 때가 남았던 이유가 거품 나는 그 순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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