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마디가 붓고 아침마다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관절통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관절을 공격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염증이 반복되면서 관절이 점차 손상되고, 결국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46,85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은 185,260명으로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60~70대에서 환자 수가 가장 많았으나, 특정 연령대에만 국한되는 질환은 아니다.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연령과 관계없이 의심 증상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흡연, 만성 스트레스, 특정 환경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뚜렷한 관절 증상보다 피로감, 미열, 전신 근육통 등 비특이적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이후 손가락, 손목, 발가락 등 작은 관절을 중심으로 염증이 발생하며, 관절 마디가 붓고 누르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동반된다. 병이 진행되면 여러 관절이 동시에 침범되는 양상을 보이고, 염증이 반복되면서 연골과 뼈가 손상돼 관절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에는 전문의 진료와 검사가 권장된다. 첫째,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해 주먹을 쥐기 어렵고, 이러한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둘째, 손가락·손목·발가락 등 여러 관절이 좌우 대칭으로 붓고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다. 셋째, 관절 주위가 붓고 만졌을 때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기도 해 방치되기 쉽지만, 반복 양상을 보인다면 단순 통증과 구별해 접근해야 한다.
진단은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혈액검사로 류마티스 인자와 염증 수치를 확인하고, 엑스레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관절 염증과 손상 여부를 평가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엑스레이에서 뚜렷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임상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의 핵심은 통증 완화에 그치지 않고 염증을 지속적으로 억제해 관절 손상을 예방하는 데 있다. 발병 초기에 항류마티스약제를 투여해 염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관절 변형을 예방하고 일상생활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염증이 반복되며 손상이 누적돼 치료 반응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치료는 경구 항류마티스약제를 기본으로 시작하며, 환자의 질환 활성도와 반응에 따라 약제를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도입돼 치료 성과가 향상됐다. 항종양괴사인자제제, T세포 억제제, B세포 제거제, 인터루킨-6 억제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경구 복용이 가능한 표적합성 항류마티스약제인 JAK억제제가 승인되면서 환자별 특성과 질환 상태에 맞춘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자가면역질환의 특성상 류마티스관절염은 관절에 국한되지 않고 폐나 혈관 등 전신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단순 관절 질환으로만 인식하기보다 전신 염증 질환으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 일부 환자는 장기간 약물 복용에 대한 부담으로 치료를 미루기도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다수의 임상 경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돼 있다. 치료를 중단하거나 지연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심할 때는 무리한 사용을 피하고, 흡연은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규칙적인 움직임은 관절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며, 추운 날씨에는 관절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관절 변형과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반복되는 관절 붓기와 아침 뻣뻣함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관절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관절류마티스내과_김세희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