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하룻밤’보다 ‘경험’ 판다…러닝·파크골프·펫·웰니스 객실 밖 콘텐츠 경쟁 가속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호텔·리조트의 경쟁축이 객실에서 ‘경험’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레저와 웰니스, 러닝,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투숙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숙박 전후까지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업계는 단순한 부대행사 확대를 넘어 계절과 지역 자원을 콘텐츠로 엮어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객실과 식음료, 부대시설을 각각 판매하는 대신 하나의 체류 경험으로 묶으면서, 호텔업의 경쟁 기준도 ‘1박 판매’에서 ‘하루의 경험 설계’로 바뀌고 있다.

객실 밖 콘텐츠, 체류시간 늘리는 장치로

호텔·리조트가 경험 콘텐츠를 강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설악리조트가 10월 24일 여는 ‘제5회 설악 파크골프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약 1300평 규모의 9홀 파크골프장에서 단풍과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이후에는 야외 BBQ와 버스킹을 연결한다.

금호설악리조트 파크골프장 전경 / 사진-금호리조트

금호설악리조트 파크골프장 전경 / 사진-금호리조트

파크골프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이후 식음료와 공연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해 고객의 동선을 리조트 안에 묶는 구조다.

업계 입장에서는 객실 매출 이외에 식음료와 부대시설 이용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숙박지 안에서 하루 일정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방식은 리조트가 가진 자연환경을 단순한 전망이나 배경이 아니라 실제 상품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설악의 단풍과 울산바위가 객실 전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파크골프와 야외 식음료, 공연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러닝도 ‘호텔 경험’으로 편입

도심 호텔에서는 러닝이 새로운 체류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11월 8일 남산을 활용한 약 5㎞ 트레일 러닝과 호텔 내 모닝 레이브를 결합한 ‘HYATT RUN’을 운영한다. 최근 러닝 인구 확대와 웰니스 수요를 호텔 입지와 연결한 사례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새로운 웰니스 경험 ‘HYATT RUN’을 개최한다. /사진-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새로운 웰니스 경험 ‘HYATT RUN’을 개최한다. /사진-그랜드 하얏트 서울

특히 호텔 테니스 코트에서 출발해 남산을 달린 뒤 다시 호텔로 돌아와 DJ 음악과 커피를 즐기는 동선은 호텔을 단순한 출발 장소가 아닌 하나의 경험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참가비는 1인 5만원이며 아이스링크 주중 이용권과 페이셜 마스크, 웰니스 음료, 완주 메달 등 약 10만원 상당의 혜택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러닝 자체보다 호텔이 외부 자연환경과 내부 시설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객실을 예약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호텔 공간을 경험하게 하고, 향후 숙박이나 식음료 이용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웰니스, 운동에서 ‘마음 경험’으로 확장

웰니스의 범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호텔 웰니스가 스파와 요가, 명상, 피트니스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문화와 예술, 감정 관리까지 영역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가 10월 31일 서예가 이정화와 함께 여는 웰니스 북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본 뒤 직접 붓글씨를 쓰도록 구성했다.

참가자는 20명으로 제한되며, 프로그램에는 에세이 북토크와 ‘나에게 전하는 문장 쓰기’, 작가의 이름 휘호 등이 포함된다.

파크로쉬가 기존 요가·명상 중심 프로그램에 서예와 책을 접목한 것은 웰니스의 개념이 신체적 건강에서 정서적 회복과 자기 돌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호텔 입장에서는 특정 시설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체험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펫 프렌들리’도 객실 제공 넘어선다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 펫 프렌들리 호텔의 경쟁력이 반려동물 동반 객실이나 운동장 제공에 있었다면 최근에는 반려견이 무엇을 먹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까지 상품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소노펫클럽앤리조트가 풀무원아미오와 내년 3월까지 진행하는 캠페인은 반려견의 식단과 영양관리를 숙박 경험 안으로 끌어들인 사례다.

소노펫클럽앤리조트 풀무원아미오 브랜드 포토존

소노펫클럽앤리조트 풀무원아미오 브랜드 포토존

체크인 시 펫푸드와 맞춤형 식단 사료를 제공하고, 반려동물 동반 레스토랑에서는 전용 음료와 간식을 선보인다.

유기견 입양 가정에 사료를 지원하고, 오는 11월에는 헌혈견을 위한 ‘헌혈 영웅견 힐링스테이’도 추진한다.

반려견을 단순히 ‘동반 가능한 존재’로 보는 데서 벗어나 별도의 소비 주체이자 고객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펫 리조트의 상품이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호텔 밖으로 나가 잠재 고객 잡는다

경험 경쟁은 호텔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드래곤시티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이닝 멤버십과 캐릭터 굿즈를 판매한다. 다이닝 멤버십 2종을 10% 할인하고 아이파크몰 포인트와 면세점 혜택 등을 결합해 쇼핑객을 향후 호텔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는 호텔이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던 기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으로 직접 이동해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다.

서울드래곤시티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이닝 멤버십과 캐릭터 굿즈를 판매한다. 

서울드래곤시티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이닝 멤버십과 캐릭터 굿즈를 판매한다. 

특히 호텔 캐릭터와 굿즈, 럭키드로우를 앞세운 방식은 숙박이나 다이닝을 당장 구매하지 않는 고객과도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숙박 전부터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이후 객실·식음료·멤버십 소비로 연결하려는 구조다.

호텔 경쟁, ‘시설’에서 ‘시간’으로

최근 호텔업계의 차별화 포인트는 비슷한 시설을 더하는 데서 벗어나, 각 지역과 공간이 가진 고유한 자원을 어떻게 경험으로 바꾸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설악의 자연과 남산의 러닝 코스, 정선의 웰니스 이미지처럼 지역성이 곧 콘텐츠가 되고, 이를 객실·식음료·부대시설과 연결해 하나의 체류 경험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결국 호텔 경쟁의 기준도 ‘좋은 방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서 ‘고객이 그 공간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객실은 여전히 핵심 상품이지만, 호텔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는 점점 객실 밖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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